온라인 게임, 그 중에서도 상대방과 싸워 이겨야 하는 게임을 주로 즐긴다면 지지 않기 위해서 여러 가지 노력을 하게 된다. 일단 게임을 자주 해서 나의 실력을 높이는 것이 첫 번째 노력일 것이다. 각종 카페나 모임에 들어 게임 동료들과 전략 전술에 관한 내용을 공유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이기기 위해 게임하고 이기기 위해 전략전술을 탐구하다보면 어느새 고수가 되어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이 쯤 되면 장비에 대한 욕심도 생긴다. ‘게임에 좀 더 특화된 장비를 쓰면 실력을 높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욕심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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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저 타란툴라 게이밍 키보드 |
“써봤더니 좋더라”거나 “어떤 프로게이머가 이
마우스를 쓴다” 등
마우스나
키보드 같은 게임용 장비는 입소문이 큰 역할을 한다. 실제로 지난 2003년 출시된
로지텍 미니 옵티컬
마우스는 별다른 게임 기능이 없었는데도 당시 입소문을 타면서 많은 게이머가 이 제품을 구입하고 사용했다. 이유는 들고 다니기 간편해서였다나?
레이저는 이제 국내에서도 어느 정도 알려진 게임 전용 주변기기 제조사가 됐다. 레이저가 출시한 하부, 대쓰애더, 크레이트 등의 마우스는 게임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좋다고’ 입소문을 타고 있다. 다소 높은 가격대를 갖추고 있지만 그렇다고 기십만 원을 호가하는 고가품도 아니기에 구매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 듯 하다. 일단 마우스는 좋은 평가를 받았고, 이번에 출시한 게이밍 키보드 타란툴라는 어떨까?
타란툴라는 레이저라는 회사가 늘 그런 제품만 만들듯 게이머를 위해, 게임을 위해 태어난 키보드라고 할 수 있다. 유광 처리된 새까만 검정색, 그러나 조화로운 푸른빛의 조명을 보고 있자면 마치 한 밤 중에 방 불을 모두 꺼놓고 웅성웅성 조용하게 게임을 즐기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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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배열은 오른손으로 누르는 숫자키 위쪽 단축 버튼이 세로로 배열된 것을 빼면 표준 키보드와 비교했을 때 크게 다르지 않다. 좌우측에 게임용 단축 버튼이 자리잡고 있다. |
키 배열은 오른손으로 누르는 숫자키 위쪽 단축 버튼이 세로로 배열된 것을 빼면 표준
키보드와 비교했을 때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손목과 손가락의 경사각이 거의 수평을 유지하기 때문에 손목이 아래쪽으로 내려오는 일반
키보드에 익숙해져 있다면 적응하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다.
타란툴라의 장점이라면 키 여러 개를 동시에 눌러도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 테스트 결과 타란툴라는 10개 이상의 키 입력도 정상적으로 받아들여 3~4의 키만 동시에 눌러도 오류가 나는 일반 키보드의 한계를 크게 개선했다.
동시 키 입력이 이처럼 원활해진다는 것은 게임 중 갖가지 단축키를 빠르게 조합해서 사용해도 큰 문제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무방하다. 물론 이 정도로 손놀림이 빠른 사람이 세상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일반 키보드보다 낫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왼쪽과 오른쪽에 각각 5개씩 배치되어 있는 단축키에는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을 지정해서 사용할 수 있다. 오랜 게임 경험을 비춰보면 이러한 단축키는 잘 쓰지 않지만 이것도 익숙해지면 제법 편리하게 써먹을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타란툴라 내부에 32kb 용량의 매크로 저장용 메모리가 내장되어 있어 PC방이나 기타 친구 집에서 게임을 즐길 때 매번 단축키를 지정해야 하는 불편함을 없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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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각이 거의 수평을 유지하기 때문에 손목이 아래쪽으로 내려오는 일반 키보드에 익숙해져 있다면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
키보드 좌우측에는 각종 미디어 버튼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런 버튼들이야 일반
키보드에서도 볼 수 있는 것들이지만 배치나 키감 등을 보다 개선한 것이 특징이자 장점이다.
키보드 우측 앞켠에는 2개의
USB 단자와
헤드셋, 마이크 단자를 내장하고 있다. 기타 게임 장비를 보다 손쉽게 연결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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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B 포트 2개와 헤드폰, 마이크 단자를 내장하고 있다. 물론 이를 위해 헤드폰 및 마이크, 2개의 USB 단자를 PC에 연결해야 한다. |
사실 단축 버튼을 가진
키보드야 찾아보면 수없이 많다. 그리고 실제 쓰임새는 크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2000년대 초반에
마이크로소프트가 내놓은 스트래티지 커맨더,
마우스와 함께 사용하는
마우스 닮은 단축키 기반 컨트롤러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 제품 거의 팔리지 않고 들어갔던 것으로 기억된다. 일반적인 키 조합으로 완성되는 단축키에 이미 익숙해진 게이머라면 직접 프로그래밍 해서 쓰는 단축키를 오히려 불편하게 여긴다는 뜻이다.
게임 마니아가 아니라면 이 제품을 구입해야 하는 이유를 느끼기가 쉽지 않다. USB 단자를 금으로 도금하지 않았다고 데이터 간섭이나 손실을 사용자가 얼마나 체감할 수 있을까? 프로그래밍 가능한 단축키가 없으면 게임을 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그럼에도 타란툴라에 좋은 점수를 줄 수 있는 이유는 설사 모든 능력을 다 끌어내지는 못할지라도 그만큼의 여지를 남겨놓았다는 점 때문이다. 게임에서 이 차이는 적지 않다. 조금 더 솔직하게 말해보자면 레이저라는 기업은 게이머의 속마음을 잘 읽는, 속된 말로 ‘간지’를 아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각종 기능은 뒤로 제쳐두더라도 이것을 안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제품을 구입할 가치는 충분히 있다. 어차피 기능이 모든 것을 대변해주지는 않는다. 특히 PC 게임용 장비에서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