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요의 작티 시리즈는 디지털 스틸카메라를 기반으로 나왔지만, 동영상 기능에 특화된 카메라다. 이미 작티 시리즈 이전에 일명 마징가라 불리던 MZ-3에서 캠코더 버금가는 동영상 녹화 성능을 보여준 산요였고, 지금의 작티는 이것이 스틸카메라인지, 메모리 타입 캠코더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에 이를 정도로 발전했다. 그리고 여기에는 풀HD급 화질이라는 요소까지 빠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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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요 작티 VPC-HD1000 |
■ 1080i, 풀HD급 동영상 녹화
작티 시리즈는 처음 나왔을 때 유난히 특이한 디자인으로 시선을 끌었다. 마치 권총을 거머쥐듯 잡게 되어 있는 이 카메라는
동영상 기능에 특화되어 있기는 했지만 분명 스틸카메라였다. 하지만 최근의 작티 시리즈를 보면 스틸카메라라는 수식어가 모호하다.
작티 HD1000은 더욱 그렇다. 1/2.5인치급 400만 화소 CMOS 센서를 통해 400만 화소급 스틸 사진을 찍을 수 있으며, 자체적으로 보간법을 통해 800만 화소급으로 쓸 수도 있다. 35mm 카메라 기준 최대 광각 38mm, 최대 망원 380mm의 광학 10배줌 렌즈를 채용하고 있으며, 최소 조리개값은 광각에서 F1.8, 망원에서 F2.5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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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밝은 광학 10배줌 렌즈다. 그것도 이너줌 방식, 구경이 커질 수밖에 없다. 대구경 렌즈로 인한 부피와 무게 증가는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만 할 부분이다. |
1900mAh 용량을 갖는 전용 리튬이온 배터리를 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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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단 덮개 안쪽에는 무선마이크, 보조광 등을 설치할 수 있는 액세서리 슈가 있다. 이쯤 되면 완벽한 캠코더라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
하단에는 독과 연결하기 위한 전용 단자와 함께 금속제 삼각대 나사가 자리잡고 있다. |
일단 렌즈의 성능을 봐서는 광각이 아쉽지만, 꽤 괜찮은 사양이다. 하지만 소형 CMOS 센서 및 실제 화소수 400만 화소라는 부분은 이 카메라가 과연 최신 디지털카메라인가 싶을 정도로 떨어지는 사양에 해당한다. 특히 이 카메라의 가격을 생각한다면, 콤펙트 카메라에서 상당히 중요시되는 센서 화소수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봐도 될 것이다.
이런 사양에 대한 이유는 따로 있다. 기존 작티 시리즈가 동영상에 특화되어 있었던 것처럼, 작티 HD1000 역시 동영상 기능에 특화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작티 HD1000의 동영상은 1080i 모드를 지원한다. 보통 동영상 기능이 괜찮은 디지털카메라라 하더라도 4:3 비율로 1280×960 해상도 지원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단연 돋보이는 성능이라 할 수 있겠다.
동영상 촬영시에는 화소수에 따라 센서 크롭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최대 광각의 35mm 환산 화각은 약 50mm, 최대 망원에서는 약 500mm에 이른다. 오로지 표준화각에서 시작한다는 부분이 다소 거슬리지만, 저광량 하에서 원활한 촬영이 가능하도록 낮은 조리개값을 갖추고 있다. 또 망원의 초점거리가 상당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흔들림을 보정할 수 있는 기능을 넣어 최대 망원에서의 촬영이라도 상당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이처럼 조리개값이 낮은 렌즈를 채용함으로 인해 렌즈 구경이 커졌으며 전체적인 크기와 무게가 늘어난 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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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D는 270도 회전한다. |
이와 같은 풀HD급
동영상을 녹화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었던 것은 고성능 데이터 처리 엔진이 갖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작티 HD1000에서 지원하는
동영상 코덱은 MPEG-4 AVC/H.264이며, 이에 맞춘
동영상을 처리하기 위한 엔진으로 새로이 개발된 플래티넘엔진을 적용했다.
플래티넘엔진은 단일 칩 구성을 통해 전력 소모량을 줄이고, 데이터를 효과적이고 빠르게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또 메모리 타입 캠코더가 안고 있는 메모리 용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최대 8GB까지의 SDHC 메모리를 지원하도록 만들어졌다. 단
동영상 하나의 녹화 크기는 최대 4GB에 그친다. 단일 녹화에서의 최대 촬영시간은 약 40분 가량이다.
■ HDMI 포트를 이용한 풀HD 재생
최근의 디지털기기를 접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기존의 기기 분류 방식을 이제 버려야 할 것인가에 대한 딜레마다. 소니의 디지털 영상기기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디지털컨버전스는 이제 모든 디지털기기에서 일반적인 것이 되버린 듯하다. 물론 간단하게는 스틸카메라와 캠코더의 컨버전스 역시 이런 특징에 해당한다고 말할 수 있겠다.
작티 HD1000에서 이런 생각을 갖게 된 까닭은 이 기기가 단순히 촬영을 위한 것이 아닌, 재생 역할까지 수행하고 그 성능 또한 가볍지 않다는 점이다. 작티 HD1000은 풀HD로 촬영된 데이터를 외장 하드디스크와 HDMI 단자를 갖춘 디스플레이장치만 있으면 용량에 상관없이 간편하게 볼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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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티 HD1000은 독 시스템을 통해 디스플레이장치 혹은 USB 장치와 연결된다. 일단 자리를 잡아 설치해두면 그 다음부터는 상당히 편리한 것이 독 시스템이다. |
어댑터 연결 단자는 그립 아래에 위치한다. |
촬영된 영상을 보는 건 단순히 연결해둔 도킹스테이션에 작티 HD1000을 올려두기만 하면 된다. 함께 제공되는 리모컨을 이용하면 HD급 DivX플레이어 못지 않은 편의성까지 제공한다.
외장 하드디스크와는 USB 단자를 통해 연결한다. 사용자는 외장 하드디스크와 작티 HD1000의 직접 연결을 통해 PC 없이도 촬영한 동영상을 직접 확인해가며 백업할 수 있다. 또, 작티 라이브러리에 내장된 앨범 기능을 이용에 촬영 영상을 쉽게 앨범으로 만들 수 있다.
■ 점차 약해지는 스틸카메라 기능?
이처럼 작티 HD1000의 동영상 기능은 캠코더라 하더라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 비록 고성능 캠코더에서 맛볼 수 있는 빠른 화각 전환, 고속 포커싱 등은 따르지 못하지만, 보급형 디지털카메라에서의 기능으로 풀HD급 해상도를 지원한다는 점, 웹모드를 비롯, 촬영 목적에 따른 다양한 해상도 및 화질 모드를 선택, 촬영 후 편집 작업을 거치는 번거로움 없이 단순히 파일 복사만으로 동영상 작업이 끝나는 매우 간편한 사용법 등은 작티 HD1000이 갖고 있는 강한 특징이라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서두에서 간단히 언급한 것처럼 작티 HD1000의 정체성이 과연 어디에 있는가를 다시금 생각해봐야 할 정도로 이 카메라의 스틸카메라로의 기능은 많이 떨어진다. 소형 CMOS 센서, 400만 화소급에 그치는 낮은 화소수는 이를 말해주는 수치적 데이터다. 물론 프로급 SLR 카메라 가운데, 이제는 추억의 기종일 수 있겠으나 여전히 그 위력과 매력을 발하고 있는 캐논 EOS 1D 역시 400만 화소급 카메라다. 웹용 뿐 아니더라도, 대략 5×7 크기 정도의 인화물을 뽑아내는데 필요한 화소수는 200만 화소가 채 되지 않는다. 문제는 이런 수치화 시켜 말할 수 없는 실제로 보여지는 화질에 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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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 기기답게 SD카드를 저장장치로 쓴다. 다만, HD급 동영상의 용량을 소화해내기 위해 최대 8GB에 달하는 SDHC 규격을 지원한다. |
외부 기기 연동을 보다 편리하게 하기 위해 마이크 및 헤드폰 단자를 전면의 렌즈 아래에 배치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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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터 버튼은 여전히 후면에 자리잡고 있다. 셔터 뿐 아니라, 거의 모든 인터페이스가 후면에 집중되어, 직관성을 높였다. |
LCD를 덮으면 파워세이브모드로 들어간다. 즉, 사실상 전원버튼은 큰 의미가 없다. 완전히 종료할 때 쓰기 위한 전원 버튼은 LCD가 접혀져 들어가면 보이지 않는 그립 안쪽에 자리잡고 있으며, 실수로 인한 전원 off를 막기 위해 길게 누르고 있어야만 꺼지도록 만들어졌다. |
CMOS 센서를 쓴 저화소 카메라? 가장 쉽게는 웹캠을 예로 들 수 있겠다. 웹캠이 다양한 브랜드로 보급될 당시, 웹캠에 쓰인 센서는 30만 화소급 CMOS 센서였다. 이를 쓴 이유는 간단하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데이터 처리량이 CCD에 비해 월등히 적었기 때문이다. 당시의 USB 규격은 USB 1.1에 그쳤으니, 데이터 처리량에 대한 문제는 대단히 중요한 요소였고, 단순히 가격 문제가 아니더라도 CMOS 센서를 써야 할 당위성은 충분했다.
작티 HD1000의 스틸사진이 보여주는 화질은? 촬영 거리에 따른 차이를 갖고 있기는 하지만, 그리고 감도 설정에 따른 차이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실외용은 아니다. 특히 원거리로 갈수록 작티 HD1000의 결과물 이미지는 마치 유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뭉게져 버린다.
접사 거리 1cm에서 볼 수 있듯, 근거리 촬영에서의 화질은 발군이지만 말이다. 이런 화질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보이는 것이 그대로 담겨야 하는 게 사진이라는 점에서 작티 HD1000의 스틸카메라로의 점수는 반쪽 짜리일 뿐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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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인치급 와이드 LCD를 채용했다. |
스틸사진을 위한 플래시는 팝업식이다. |
작티 HD1000은 좋은 카메라인가? 우선 이 카메라의
동영상 기능은 탁월하다는 표현이 잘 어울린다. 소위 말하는 메모리캠이라고 분류해도 빠지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동영상 기능 및 성능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이것의 연장으로 갖추고 있는 재생 기능 역시 꽤나 매력적이다. 메모리 저장 방식 특유의 강점을 잘 살려, 보다 간편하게 쓰도록 꾸민 것은 작티 HD1000의 값어치를 한층 올려준다.
하지만, 이것이 작티 HD1000을 좋은 카메라로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작티 HD1000에서는 무의미해진 얘기가 되 버렸을 수도 있지만, 작티의 태생을 스틸카메라에서 찾으려 한다면, 떨어지는 스틸사진 품질은 실망을 금치 못하게끔 만든다. 어지간한 DSLR 카메라 번들셋을 장만하고도 남을만한 높은 값도 문제다.
가볍게 들고 다니면서 스틸사진과 동영상을 한꺼번에 담아낼 수 있도록 고안된 카메라인 작티, 동영상 기능에서의 성능 향상을 무리하게 바라본 것일까? 이제는 성능과 편의성 간에 나타나는 상충요소를 두고 딜레마에 봉착한 것 같다. 작티 HD1000의 겉과 속, 이것이 바로 이런 딜레마를 대변해주고 있는 게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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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 사진 촬영 샘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