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많이 좋아졌다. 모르는 초행길을 물어서 찾아가거나 교통지도 하나에 의존해 잘 나와 있지도 않은 이정표를 눈알 빠져라 쳐다보면서 헤매던 때가 그리 오래 전도 아닌데 이제 웬만한 자동차에 내비게이션 하나씩 달고 다니는 시대가 됐다. 심지어 걸어다니는 사람조차 내비게이션을 이용하곤 한다. 이렇게 대중적 역사가 짧은 길 안내 시스템은 이미 자동차 밖으로 뛰쳐나와 생활 전반에 관여하고 있다.
이렇게 영역을 확장한 내비게이션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뉘어져 있다. 대형 디스플레이 패널을 갖춘 차량 전용, 휴대성이 강조된 범용 형태가 그것. 오드아이 P480Navi는 후자에 속한다. GPS 수신 모듈을 내장하고 와이드 비율의 12.1cm(4.8인치급) 디스플레이 패널을 사용해 휴대성과 활용성을 갖췄다.
■ 맵피 유나이티드 채용으로 길 안내 성능은 발군
장황한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오드아이 P480Navi는 1.8인치 하드디스크를 내장한 하드디스크 타입의 휴대용 다기능 내비게이션이다. 가로폭 약 15cm, 두께 약 2.4cm에 배터리를 제외한 무게는 360g에 불과하다. 480×272 해상도를 갖는 와이드 QVGA TFT-LCD를 디스플레이패널로 썼고 TI DM6441을 CPU로 채용했다. 이른바 다빈치 칩셋이라 부르는 이 CPU는 동영상 재생 능력을 강화한 것으로 PMP 가운데 이 다빈치 칩셋을 갖춘 제품이 몇 종 되지 않는다는 것이 퓨전소프트 측의 자랑이다. 운영체제는 윈도 CE 5.0 코어다.
우선 내비게이션으로의 기능을 살펴보자. 오드아이 P480Navi에 쓰인 맵은 국내 내비게이션 맵 가운데 1, 2위를 다투는 만도맵앤소프트의 맵피 유나이티드다. 맵피 시리즈는 무엇보다 음성 정보 안내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자세한 음성 안내로 각광받고 있다. 목적지를 설정해놓으면 내비게이션의 화면을 바라보지 않고도 음성 안내만으로 목적지를 찾아가는 데 전혀 무리가 없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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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V의 전용 리튬폴리머 배터리를 쓴다. |
차량에서 DMB를 쓰려면 내장 안테나가 앞 유리에 걸리기 일쑤다. 오드아이 P480Navi에는 별도의 안테나를 연결할 수 있는 소켓이 갖춰져 있다. |
맵피 유나이티드는 이런
맵피에 기능성을 강화한 것으로 경로 탐색이 매우 빠르고 경로 지정 등이 더욱 편리해졌다. 경로를 벗어났을 때 대체 경로를 다시 탐색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길게 잡아야 3∼4초 가량에 불과하다. 여기에 경유지 지정, 우회도로 탐색, 역방향 탐색 등 다양한 형태로 경로를 잡을 수 있고 새롭게 변경된 도로명 주소 찾기가 더해져 목적지 설정 역시 편리해졌다. 마이포인트 등록을 통한 빠른 경로 설정은 여전히 유용하다.
여기까지는 맵피 유나이티드를 통한 성능이다. 물론 내비게이션 하드웨어의 성능이 따라줘야 이만한 성능을 발휘하지만 적어도 80% 이상은 맵피 유나이티드가 발휘하는 성능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리고 오드아이 P480Navi가 품은 문제는 이 부분을 벗어나면서부터 나타난다.
■ 낮은 GPS 수신율과 잦은 부팅 오류 아쉬워
우선 내장 GPS 모듈의 신뢰성이 도마 위에 오른다. 내장 GPS 모듈은 SiRF StarⅢ 칩이다. 흔히 쓰이는 것이고 그 성능에 의문을 제기할만한 꺼리는 없다. 다만 이 내장형 모듈을 넣으면서 결론적으로 신호를 제대로 잡아내지 못한다는 게 문제다. 특히 서울 등지의 시내 지역에는 음영지역이 상당히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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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안테나를 통해 휴대 상태에서도 깨끗한 DMB 방송을 볼 수 있다. 다만 내장 안테나 조절각이 매우 제한적이라 불편하고 파손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하지 못하다. |
이를테면 서울의 서북부를 지나기 위해 의주로에 오르면 무악재를 넘어 녹번동 고개를 넘어갈 때까지 줄곧 음영지역이다. 이미
신호가 잡힌 상태에서 도로 위를 따라 주행중일 때는 별다른 문제가 없지만 이곳에서 내비게이션을 켜고
GPS 신호를 잡아내려면 그 자체가 스트레스다. 심하게는 출발해서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의 긴 시간동안 아예
신호를 못 잡는 경우마저 있다.
또 한 가지 문제는 고온으로 인한 동작 불가 상태가 잦다는 것. 내비게이션이 위치하는 곳은 차량 앞유리 중앙 하단쯤이다. 자동차 실내에서 열이 가장 많이 오르는 곳은 어딜까? 아마 대시보드 쪽이 가장 높이 올라갈 것이다. 내비게이션이 위치하는 곳 바로 아래가 그 곳이다.
즉, 내비게이션을 차량에 거치해둘 경우 가장 높은 열을 견뎌야 한다. 하지만 오드아이 P480Navi는 그렇지 못하다. 장시간 높은 온도에 노출되어 있을 경우 하드디스크를 인식하지 못하면서 아예 동작을 멈춰버리기 일쑤고 심한 경우는 전원을 완전히 분리한 채 잔류전력을 제거해야만 정상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 우수한 동영상 재생 및 다양한 부가 기능
어쨌든 오드아이 P480Navi는 맵은 좋으나 내비게이션으로의 기능성은 그리 만족스럽지 못하다. 이전 차량 전용 내비게이션에서 보여준 높은 신뢰성이 아쉽다. 그렇다면 이 휴대용 내비게이션의 PMP 성능은 어떨까? 일단 동영상 재생 성능은 상당한 높다. 12.1cm(4.8인치급) 와이드 LCD는 액정 반응 속도, 시야각, 밝기 등 모든 면에서 동영상에 최적화되어 있다고 해도 될 만큼 좋은 품질을 갖추고 있다. 지원되는 비디오형식은 MPEG-1, 2, 4SP, DivX 3.11, 4, 5, Xvid, WMV9, H.264 BP 등이다. 지원되는 포맷 형식이 다양하고 이를 재생해내는 성능도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동영상을 갖고 흠잡을만한 구석은 없을 듯하다.
그렇다면 동영상과 다른 기능과의 융화 정도는? 아마 이 부분에 대한 초점은 내비게이션과의 동시 사용으로 귀결될 것이다. 상당수 다기능 내비게이션이 내비게이션 기능 따로 PMP 기능 따로 구성되어 있어 다기능 장치로의 완성된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오드아이 P480Navi의 동영상 기능은 내비게이션 기능 위에서 동시에 보여지기도 한다. 이 기기를 통한 동영상은 내비게이션 화면상에 PIP로 볼 수 있으며 내비게이션 기능 수행과 동시에 동영상을 볼 수 있다.
오디오 기능은 재생 주파수 범위 20Hz∼20kHz에, SN비 90dB 이상, 각 1W씩의 스테레오 스피커를 내장했고 이어폰 출력은 각 채널 당 20mW씩이다. FM트랜스미터도 갖췄다. 전체적으로 무난한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FM라디오 기능도 갖추고 있지만 이어폰이 연결되어 있지 않다면 라디오를 쓰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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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아이 P480Navi의 인터페이스는 매우 단순하다. 좌측면에는 연결단자와 선택 스위치만 있을 뿐이다. 좌측 전면에는 조이스틱과 적외선 수신부만 갖춰져 있다. |
대부분의 조작 단자는 오른쪽에 가지런히 배열되어 있다. 물론 이들 기능도 대부분 터치스크린을 통해 조작할 수 있는 여지가 많기 때문에 많이 쓰이지는 않는 버튼이다. |
이 부분은 늘 불만이 될 수 있겠다. 이제 목걸이로 쓰기에도 전혀 지장이 없을 만큼 작아진 MP3 플레이어야 그 크기가 작아서
안테나를 넣을 수 없다고 하지만
오드아이 P480Navi처럼 비교적 큰 덩치를 자랑하는 기기에서
안테나가 갖춰져 있지 않다는 건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일 것이다. 물론 예전처럼 라디오를 많이 쓰는
게 아니기에 실제 불편함을 느낄 일은 없겠지만 말이다.
지상파 DMB 모듈도 갖췄다. 요즘 PMP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이 지상파 DMB이고 이 기능을 부여하기 위해 필요한 공간도 무척 작으니 오히려 없는 편이 더 이상할지도 모르겠다. 지하철 등을 통해 출퇴근하다보면 갖고 있는 휴대폰 등을 손에 들고 벌서는 사람이 상당히 많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DMB를 쓴다는 소리다.
오드아이 P480Navi는 DMB 기능을 위해 안테나를 내장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비교적 고른 수신율을 자랑한다. 다만 내장 안테나의 조절각이 매우 제한적이어서 파손의 위험이 높고 안테나를 쓸 때 불편을 야기하기도 한다. DMB 기능을 쓸 때는 내비게이션을 활용할 수 없다는 부분도 여전히 괴리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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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카드 슬롯과 볼륨 버튼은 윗면에 있다. 전자식 볼륨인데다가 윗면에 있어서 차량에서의 거치 사용 시 다소 불편함이 있다. |
이 밖에도
오드아이 P480Navi에는 다양한 부가 기능이 더해져 있다. SD카드 슬롯이 있고 USB 호스트로 및 A/V 입출력 기능이 갖춰져 있으며 브라우저, 썸네일, 전체 보기, 슬라이드 쇼 등의 형태로 쓸 수 있는 이미지 뷰어, 기본 텍스트는 물론 워드, 한글, 훈민정음, 어도비문서, 엑셀, 웹문서 등 다양한 형식을 지원하는 문서뷰어, YBM e4u 영한/한영사전으로 구성된 전자사전,
차계부, 개인 전자수첩 기능을 수행하는 uPIM 등 어지간한 전자수첩이나 PDA는 울고 갈만한 기능이 갖춰져 있다.
오드아이 P480Navi는 맵피 유나이티드의 뛰어난 내비게이션 기능을 기반으로 그 어떤 PMP나 PDA와 비교해도 빠지지 않는 다양한 기능과 성능으로 무장했다. 고성능 프로세서와 상대적으로 빠른 하드디스크를 활용한 빠른 맵 검색 기능과 편리한 기능성, 그리고 뛰어난 동영상 재생 능력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할만한 틈이 없어 보이며 1.8인치 하드디스크와 리튬폴리머 배터리를 통한 부피와 무게의 감소도 휴대성을 강조한 오드아이 P480Navi의 값어치를 더해주는 요소다.
하지만 좋은 기기를 판가름하는 최종 요소는 그 성능과 기능이 아니라 그 기기 자체의 안정화된 모습에 있다. 아무리 뛰어난 성능과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있다 하더라도 동작이 불안정하고 기능 구현에 융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좋은 기기가 될 수 없다. 오드아이 P480Navi는 이런 딜레마에 빠져 있다. 열에 취약한 문제, 그리고 내장 GPS의 낮은 수신율은 뛰어난 맵을 바탕으로 좋은 내비게이션이 될 수 있는 요소를 방해한다.
내비게이션이 일단 내비게이션 기능에서 좋은 평가를 얻어내지 못하면 빈 껍질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오드아이 P480Navi가 이런 딜레마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간단히 답을 내놓을 수 있는 문제는 아닐 듯하다. 단순히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등을 통해 개선하기에 오드아이 P480Navi가 갖고 있는 문제는 그 태생에서 오는 한계가 너무 커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