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휴대폰으로 음악을 듣는다는 개념은 옵션이 아닌 기본이 됐다. 국내서 출시되는 휴대폰 중 음악 못 듣는 제품은 없지 않나. 80MB 남짓한 코딱지만한 공간에 메모리 확장도 안 되는, 음악 기기로는 함량 미달이라고 할 수 있는 휴대폰에도 MP3 기능이 들어가는 세상이다. 이유가 뭐가 됐건 기본이 된 건 사실이다.
이러한 기본기를 더욱 끌어올린 휴대폰에는 ‘뮤직폰’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이런 뮤직폰과 일반 휴대폰과 차이를 들라면 넓은 저장 공간, 혹은 추가 메모리 확장, 스테레오 프로파일을 지원하는 블루투스, 음악에 특화된 인터페이스 정도를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모토로라는 애플과 함께 내놓은 아이튠스 로커폰 등 뮤직 특화폰을 지속적으로 출시해온 바 있다. 최근 국내에 출시된 모토로라
Z6m은 해외에선 ‘로커폰’ 시리즈로 불리고 있는 슬라이드 형태의 뮤직 특화 폰이다.
■ 짜임새 있는 상큼한 디자인
일단 디자인부터 살펴보자.
Z6m은 오렌지 컬러가 실버그레이 색상과 어우러져 경쾌함과 상큼함을 전달한다. 특히 측면부를 장식하고 있는 오렌지색 띠와 슬라이드 뒷면에 숨어 있는 패턴 장식은 젊은 층이 좋아할만한 세련미를 발산한다.
국내서 제작된 Z를 제외하면, 레이저부터 시작해 최근 출시된 스퀘어드까지 폴더 형태의 모토로라 휴대폰만 봐오다 슬라이드 형태 제품을 보니 내심 반갑기까지 하다. 디자인이야 모토로라 특유의 패밀리룩이 그대로 적용되어 언뜻 보면 크레이저와 크게 다를 바가 없지만 디자인에 대한 전반적인 평은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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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6m은 슬라이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전반적인 디자인은 딱 '모토로라스럽다'라고 하면 맞을 듯 하다. |
터치 방식이나 정전기 방식의 키패드 등은 적용되지 않았으나 액정 화면을 포함한 전면은 유광 재질의 유리로 뒤덮여있어 고급스럽다는 느낌을 받기에도 충분하다. 물론 손때가 타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전면부를 위로 올리지 않더라도 액정 바로 밑에 위치한 기본 버튼과 좌우측 버튼으로 네이트 접속이나 음악 듣기, 사진 촬영 등의 기능을 활용할 수 있도록 배려한 점도 마음에 든다.
제품 후면부에서 눈에 띄는 것은 2백만 화소급 카메라, 그리고 하단에 위치한 스피커다. 사실 모토로라 휴대폰에서 카메라 성능은 크게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지만 찍어보니 카메라 주변의 상큼한 패턴만큼이나 나아진 색감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하더라도 절대 성능이 높아진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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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론을 이용한 음악 전용 버튼이 중앙 왼쪽에 위치하고 있다. |
슬라이드를 올린 후면부 모습. 상큼한 오렌지색 패턴이 숨어있다가 불쑥 나타난다. |
하단에 위치한 스피커는 이어폰이나 블루투스 헤드셋 없이 음악을 들을 때, 혹은 벨소리나 알람 소리를 들을 때 활용된다. 쩌렁쩌렁 울릴 정도의 소리는 아니지만 좁은 공간에서 혼자 음악을 들을 수 있을 정도는 된다. 다만 오래 사용하면 이 스피커 부분에 먼지가 들러붙을 것 같은 불안감이 든다. 이전 모델인
크레이저의 경우 스피커 부분에 먼지가 붙으면 청소하기가 상당히 곤란했다. 이 제품도 청소하기 쉬운 구조는 아니다.
USB와 이어폰 단자는 돌출되어 있지 않고 덮개로 덮여져 있다. 사용하지 않을 때는 단단하게 고정할 수 있어서 덜렁거리거나 속에 먼지가 낄 염려는 없다.
■ 뮤직 기능 강화
모토로라코리아 측은 이 제품의 조화로운 디자인을 최고의 장점으로 여긴 듯 각종 홍보 자료나 광고 자료에서 기능보단 스타일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사실 레이저 시절부터 봐왔던 모토로라 휴대폰의 전형적인 디자인과 스타일은 익숙하다 못해 친근감이 들 때도 있다. 좋게 말해 친근감이지 지겹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꽤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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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두께는 16.2mm로 일반적인 수준이다. 띠처럼 둘러진 오렌지 색이 포인트. |
애니콜처럼 디자인에 관한 정체성이 너무 떨어져도 문제지만 이처럼 오랜 기간 한결같은 패밀리룩을 고수하는 게 잘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요는 모토로라의 전형적인 패밀리룩이라면 이미 잘 알려진 디자인이나 스타일보단 기능적인 면을 강조하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는 것이다.
멜론 서비스를 너무나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점만 빼놓는다면, Z6m은 제법 괜찮은 뮤직 기능을 가진 휴대폰이다. 실제로 Z6m의 면면을 살펴보면 뮤직 기능에 신경을 쓴 흔적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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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좌우측에는 3.5mm 이어폰 단자와 USB 연결 단자가 눈에 띈다. 3.5mm 이어폰 단자를 채용한 덕에 변환 어댑터 없이도 고급형 이어폰을 그대로 꽂아 사용할 수 있다. |
충전과 데이터 전송을 겸하는 전용 USB 단자, 3.5mm 이어폰 단자, 전용 음악 버튼, 외장 메모리 슬롯 등. 실질적으로 따지자면 3.5mm 이어폰 단자 외에는 다른 제품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구성이지만 이러한 구성을 모두 갖추고 있는 제품은 찾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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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상단에는 마이크로SD 외장 메모리 슬롯이 자리잡고 있다. 용량 확장이 자유롭다. |
특히 3.5mm 이어폰 단자를 제공한다는 점은 단품으로 팔리는 고급형 이어폰을 쓰는 음악 마니아들에게는 무척이나 반가울 소식일 듯 하다. 물론 멜론 프로그램을 통해서만 음악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점은 사용자 입장에선 불편한 부분일 수 있으나 이건 어디까지나 국내 이동통신서비스가 가지는 전통적인 권력(?)이기 때문에 기기 자체의 평가에 반영하기에는 애매한 감이 있다. 물론 불편한 건 사실이지만 말이다.
어쨌건 이외에도 외장 메모리 슬롯을 통해 최대 2GB까지 메모리를 확장할 수 있다는 점이나 스테레오 블루투스 헤드셋으로 무선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은 뮤직폰으로서는 괜찮은 사양을 제공한다고 말할 수 있겠다.
모토로라코리아가 국내서 내놓은 어떤 자료에서도 이 제품을 ‘뮤직폰'이라 칭한 부분을 찾을 수 없지만 적어도 약간의 불편함만 감수한다면, MP3P와 휴대폰을 구입할 비용으로 이 뮤직폰을 선택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가격도 크게 부담이 가지 않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30만원대에 출하되어 현재 판매장려금까지 붙는 상황이라면 10만원 정도만 투자하면 제품을 손에 쥘 수 있다.